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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강의 위주의 개강을 또다시 시작하며 : 코로나 역경에서 가속화되는 한림의 교육혁신 전략

등록일 : 2020-08-31

조회 : 234

온라인강의 위주의 개강을 또다시 시작하며
코로나 역경에서 가속화되는 한림의 교육혁신 전략


  한림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바이러스, 긴 장마, 폭염이 한데 겹친 어려운 시기를 여러분 모두 잘 극복하고 계시기를 기원합니다. 한 마디로, 온 세상이 너무 오랫동안 自然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겸허한 마음과 참회의 자세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인내와 끈기로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함으로써, 더 좋고 더 안전한 미래를 건설해 나갈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한림의 교수, 직원, 학생, 동문 그리고 학부모님,

  올 초에 COVID-19로 명명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이후, 코로나로 명기)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모든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우리 한림대학교에서도 교실수업 대신 온라인강의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코로나 이전 (Before Corona)’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므로, ‘코로나 이후 (Post Corona)’의 시대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가 조기에 종식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도 등장하면서,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With Corona)’ 상당 기간 살아가야 할 것 같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이전’에서 ‘이후’로, 그리고 ‘함께’로 화두(話頭)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계속 변종이 생겨 대처하기 어렵고, 따라서 백신(Vaccine)이 만들어져도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만 오로지 확실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상황변화에 적응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경제위기 상태에서 국가나 가계의 재원을 지금과 같이 대학운영에 투입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소리도 귀에 들려오고 있습니다. 고교졸업생 규모가 대입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 10년 넘게 동결된 등록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추가적인 교육투자 등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들인데, 여기에 코로나라는 재앙이 대학교육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온라인교육을 제공했으니 등록금을 부분적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 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는 믿음 아래 한림대학교는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림을 사랑하는 모든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하여 학교 본부와 구성원들 사이의 정보의 격차를 줄임으로써,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움에 대처하는 첩경이라고 판단해서 이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학기, 준비 없이 시행하게 된 전면적 온라인강의는 전 교직원과 학생들의 헌신적 노력과 협조로 나름대로 대과(大過) 없이 종료되었습니다. 온라인강의가 ‘교실에서의 대면 강의’에 비하여 교육의 질적 수준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는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처방안도 모색하였습니다.

 이제 2020학년도 제2학기 수업이 오늘 개시됩니다. 코로나라는 전 사회적 전염병 방역을 독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개별 조직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지난 여름방학 계절학기 (Summer School)를 통상적인 3주 기간에서 6주 기간으로 늘리고,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습니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인원(延人員) 500명에 달하는 학생에게 캠퍼스에서의 수업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번 가을학기는 당초에 방역강화 지침을 준수하면서 원칙적으로 ‘대면 수업’을 하겠다고 학생들에게 공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지역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정부의 지침에 의거 30명 이하 소규모 강의의 경우에만 대면 강의를 선택할 수 있게 하였고, 이에 따라 실험‧실습‧실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과목을 중심으로 20~30% 정도의 강의가 전면 또는 부분적 대면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나머지 강의는 전부 비대면 강의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교육 정상화에 대한 염원은 큽니다만, 정부지침을 따르면서 학생들의 건강 보호 차원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을 다 만족하게 하는 해결방안은 존재하지 않겠습니다만, 가능한 한 중지를 모아 대처해 나아가려고 하며, 한림을 사랑하는 모든 구성원의 협조와 이해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이렇게 모든 변화가 예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비록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은 없다고 하더라도,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구성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교수, 직원, 학생, 동문 그리고 학부모님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한림교육’의 미래에 관하여 관심 있게 고심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 자제분들을 초유(初有)의 온라인강의 교육에 맡긴 학부모님들께서는 과연 대학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대학에 어떤 미래가 전개될 것인지 매우 궁금해 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고민에 대하여 학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주요 현안에 대하여 소견을 제시하고, 또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올바른 소통하는 자세라고 판단합니다. 글의 논리적 전개보다는 교수, 학생, 직원, 동문, 학부모의 각각의 입장에서 궁금하게 생각할 현실적 사안에 대하여 답을 드리는 형식을 취하고자 하며, 현재 상태에서의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것임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지혜를 보태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책에 대한 제 의견을 소상히 밝히고자 합니다.ⅰ)

  1. <‘코로나 이후’ 대학 위상의 변화에 대하여?>: 대학교육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데, ‘코로나 이후’엔 현재와는 다른 어떤 교육적 변화를 추진하려는 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한림대는 이미 ‘100세 인생’, ‘제4차 산업혁명’으로 특징지어지는 미래 시대 상황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선진 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앞세워 2016년에 전반적인 한림비전을 수립하고, 복수전공의 필수화, 다양한 융합전공의 제공, 소속변경의 자유화를 통한 학생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으며, 다·학제적인 ‘스쿨’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미국에서도 IVY league school과 같은 초일류대학에서나 운영되고 있는 선진교육제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앞서서 선진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비전의 행동지침을 수정 보완하였고, 지금은 코로나 이후를 감안한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한림비전 2030”을 수립 중에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 평가기관인 QS (Quacquarelli Symonds)는 올해, 한림대학교 랭킹을 세계 550위권, 국내 18위로 평가하였으며, 국내의 비수도권 대학 중에서는 국공립·사립대학을 막론하고 한림을 선두로 꼽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매우 혁혁한 성과로 자부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을 존중하는 “학생중심교육”을 기치로 내세운 대폭적인 교육개혁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신입생들의 성적도 향상되었고, 재학생 유보율도 증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의 발생으로 국내외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맞게 한림의 교육내용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우선, 세상의 변화를 조감하여 보면, “국제통화 기금(IMF)”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Greener” “Smarter” “Fairer”의 세 단어로써 변화를 특징짓고 있습니다.ⅱ) “더 푸르게”란, 자연재해 적인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며 세계적으로 미래의 정책은 맑은 공기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부문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이고, “더 현명하게”란, 사회적 거리를 두고 사람과의 접촉을 덜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의존도가 더 높아져야 할 것이므로 이제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경제주체가 더 영리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더 형평하게”란, 소득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수 없게 하여 시대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으므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중요함을 의미한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멀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더욱 가속화시켜 나가야 할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ⅲ) 다시 말하여,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상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떨어질 뿐, 인간 사이의 유대관계는 계속 밀접해져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디지털이 그 간극을 메워줘야 함을 강조한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해야 합니다.

 이들 국제기구의 분석이 모두 매우 실용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인간이 탐욕적이었으며, 지나친 소비를 위한 성장이 쓰레기를 양산했다면 적어도 이를 방지하는 장치를 구비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들이 향후 인력의 교육 및 훈련에 더 큰 투자를 해야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결론지은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마치 불황 시기에 인재에 투자한 기업이 살아남는 경험에 비유할 수 있는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사회정책은 국민복지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는 것에 더 치중하는 상황인 것 같아서 대학투자를 통한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 같은 우려가 대두되는 실정입니다. 과연 대학이 우리나라의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 살아남겠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겠으나,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이 대학을 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대학으로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확고한 이해와 신념을 갖고 나름대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교과과정을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함으로써 시대적응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림대에서는 이미 교양과목의 내실화를 기하고 있으며, 시대 변화에 상응하는 과제들에 대하여 학생들이 교육받고 스스로 사고하는 역량을 함양하는 과목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중장기적으로는 과거의 지식을 터득하는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도록 고민하는 교육의 틀을 만들고자 합니다. 대학이 전공지식을 함양하는 것에 우선하여,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소양(素養)을 몸에 체화(體化)하는 곳이라는 대학존립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끊임없이 변신해 나아갈 것입니다. 대학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시에 연구를 통해 사회에 불을 밝히는 데에 더욱 진력하고자 합니다.

 2. <지난 학기의 온라인강의에 대한 소회(所懷)에 대하여?>: 아마도 관심을 끄는 일차적인 질문이 온라인강의의 효용성에 대한 평가와 향후의 대응방안일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지난 2~3년간 학교법인 ‘일송 재단’의 절대적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기존의 “Smart Campus”체제를 대폭 확충·보완하였습니다. 교내의 모든 건물에서 자유롭게 Wi-Fi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과 생활의 편리성을 증진하였을 뿐 아니라 사이버 안전성(Cyber Security) 확보에도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첨단화를 지향한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도 전면적인 온라인강의를 진행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았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ⅳ) 전국적으로 대학에서 온라인강의 비율이 1%에 머물렀고, 우리는 평균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4% 정도였던 상황에서 전면적 온라인 상황을 맞이했던 것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비록 전면적 온라인강의가 사이버 대학처럼 제공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온라인강의와 오프라인강의가 적절하게 조합되는 하이브리드(Hybrid) 교육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온라인강의의 등장은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합니다. 전면적 온라인강의의 경우, 실험·실습·실기를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든지 또는 성적평가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쉽게 예상했고, 이는 교육 방법상 피할 수 없는 제약입니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강의의 양적·질적 관련 문제가 제기됩니다. 또한, 학교강의가 지식전달 창구기능으로만 이해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말할 나위 없이, 교수와의 면담과 학생들 사이의 논의 등 협업은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대학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자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동안 국내에서 온라인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며, 온라인강의가 불가피하다면 우리가 시급히 보정해야 할 과제입니다. 물론 온라인강의의 장점도 있습니다. 대면 강의에 비교하여, 교실 규모에 따른 학생들의 과목 접근성 제한이 해소될 수 있고 또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충분해질 수 있다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수강생 규모 한도가 사라지면, 특정 소수의 인기 강사에게로의 지나친 쏠림현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부담에 주목해야 합니다.ⅴ)

 한편, 온라인강의가 만연하면, 교실의 유용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캠퍼스의 필요성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미리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대학은 ‘智‧德‧體’ 교육을 종합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곳입니다. 마치 인터넷신문이 등장하더라도 활자 신문의 유용성은 남아 있는 것과 유사하게, 온라인강의로 지식이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대학은 캠퍼스라이프를 통하여 졸업 후 사회생활 하는 훈련의 기회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학우들과의 동아리 활동, 단체 스포츠 활동을 통한 체력단련 및 협동심 배양 등도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소양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학교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인식이 올바로 정립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원래 교육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킴으로써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것을 주요한 기능으로 삼고 있습니다만, 온라인강의가 공부하는 물리적 공간, 컴퓨터 장비 구비와 같은 환경 등에서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지는 않는지 하는 걱정도 갖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ⅵ)

 3. <교실 강의 비중의 하락추세에서 대학 역할의 변화에 대하여?>: 대학에서 지식전달의 주요 수단으로서의 교실 강의의 역할이 장기적·점진적으로 낮아질 추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강의실에서의 수업이 절대적 특징으로 각인되었던 대학의 모습은 어떻게 변모할 것이냐는 궁금증이 제기됩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raison d’être)도 변할 것이냐는 본질적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는 손쉽게 인터넷 등을 통하여 수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라는 의미의 “TMI (Too Much Information) 시대”가 이미 다가왔고, 이제는 유용한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학생 대상의 강의는 이제부터는 인공지능(AI)의 기여가 더 커지게 될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특징은 단지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교육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던 학생 능력 차이를 고려한 개인별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판단합니다. 교육현장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되는, 소위 개인 능력별 적응형 교육 (adaptive learning)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대량교육(mass education)’의 환경에서는 강의실에서 다수의 학생 중 평균 수준 능력의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개별 능력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관점에서 획기적인 교육혁명이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림대학교는 수학이나 통계학 등 몇몇 기초과목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교육을 우리나라 학부 중에서는 가장 앞서서 이제 시작하려고 합니다.

 강의에 관하여 이런 환경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전반적인 대학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전망하는가의 질문이 뒤따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대학은 ‘강의, 연구, 봉사’를 3대 기능으로 삼아왔으며, 대충 절반 이상의 비중을 강의에, 그리고 나머지 비중을 학술연구와 사회봉사에 적절히 할애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사회의 엘리트와 지도자 양성 이외에도 사회발전의 불을 밝히는 새로운 지식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는 또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여, 대학이 과거에 축적된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지식의 창출에 더 몰두할 것인가가 강의 위주의 대학과 연구 위주의 대학을 구별하는 잣대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연구 활동은 학부보다는 대학원 체제의 활성화와 직접 연결되어 있으므로 대학원이 제대로 정착된 곳에서 연구 활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것이며 학부위주 운영의 학교에서는 강의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이 일반적 경향일 것입니다.ⅶ) 아마 우리나라도 앞으로 국가적으로 연구부문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한림대학교도 선진 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연구중심대학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단지, 교육이 수월성(excellence)과 형평(equity)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으므로 일방적인 엘리트 교육만을 추구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ⅷ)

 입학단위 60명 규모의 ‘AI 융합학부’의 신설, 다·학제적인 교육‧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스쿨제도의 도입, 그리고 15개의 융합 전공 등은 모두 새로운 복합적인 학문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위한 연구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배경의 학문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래지향적 연구에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림대학교의 미래 모습이 투영되는 것으로 여길 수 있으며, 점진적으로나마 차곡차곡 그 토대를 쌓아갈 것입니다.

 4. <하이브리드 교육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서 캠퍼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온라인강의의 비중이 커지고 AI 교육이 등장하면 대학에서 캠퍼스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뒤따르게 됩니다.ⅸ) 실제로 춘천의 진산(鎭山)인 봉의산(鳳儀山) 자락에 자리 잡고 봉황(鳳凰)의 알을 품는 형상이라는 아름다운 캠퍼스가 없는 한림을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인터넷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미네르바(Minerva)대학의 출현으로 이제는 캠퍼스가 없는 대학이 어느 곳에서나 교육을 제공하므로 기존의 캠퍼스를 가진 대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제기된 바가 있으며 x) , 온라인공개수업(MOOC)을 통하여 세계 최고 명사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배우게 되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온 형국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본 서신에서 누차 반복해서 강조합니다만, 대학 생활이란 것은 물론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그 주요한 목적으로 삼고는 있습니다만, 더 근본적으로는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한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기회인 것입니다. 바로 이 이유로 교과 활동 이외에 비교과 활동에도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며, 한림대학교는 그래서 캠퍼스라이프 활성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선진 일류대학들과 유사한 방법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캠퍼스라이프가 무엇인지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더욱이 학벌 위주 사회에서, 국공립대학은 말할 나위 없고, 대부분 사립대학도 이러한 진정한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최근 핵가족시대에서 개인 중심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에게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런 의식을 갖추고 있어야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게 되며, 이런 덕목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도 학교의 중요한 책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불편도 참지 못하고 조그만 차별도 공정의 잣대로 재려는 풍조는 학생들의 사고와 행동을 편향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은 우려를 불식할 수 없습니다. 학교 교육은 하기 싫은 일도 끈기로 극복하는 기강(discipline), 그리고 반복 훈련을 몸에 익히는 인내심(patience)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책무로 여기고 있습니다. 바로 이 이유로 한림은 캠퍼스라이프의 활성화를 중요한 학교운영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한림에서 캠퍼스라이프의 미래상은 사색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하고, 인트러뮤럴 리그 단체경기 참여를 통해 체력을 증진하면서 협동심을 함양하며, 그리고 동아리와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니 않아야 한다는 공공의식 (public sense)의 중요성을 배우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친구를 만드는 것도 대학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산인데, 이것은 캠퍼스를 떠나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입니다. 조직의 역사와 전통이라는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배우는 것도 실제로는 캠퍼스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캠퍼스라이프에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인생에서 사소한 이익보다는 가치를 숭상하고 인품을 도야하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allymer만이 소유하는 명예헌장(Honor Code)을 공유하고 이를 지킴으로써 “가치(value)를 중하게 여기는” 인생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xi) 한림 캠퍼스에서 ‘사색’ 활동을 관행화하여 배운 지식을 몸에 터득시킴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창출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교정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사색의 정원’을 가꾸는 이유도 바로 캠퍼스라이프를 내실 있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학교 도서관이 과거 독서실·열람실 위주의 시설에서 자유롭게 사색하고 토론하는 장소로 변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 것이었습니다.

 한편, 맬컴 글래드웰의 “일만 시간의 법칙”을 고려하면, 우리 학생들이 4년 동안 캠퍼스라이프를 계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끈기와 집념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xii) 우리나라 학생들이 유학을 가서 국내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유학을 가서는 캠퍼스라이프를 영위한다는 것이 그 주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림대학생의 거의 80%는 학기기간에는 학생생활관이나 캠퍼스 근처에서 기숙하는 것으로 통계가 잡히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일만 시간의 법칙을 실현하는 것이 요원(遼遠)한 얘기는 아닌 것입니다.

 또한, 인트러뮤럴 스포츠리그의 중요성도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론의 원저자인 존 록크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A sound mind in a sound body)”을 교육철학의 기본으로 삼으며 xiii), 교육은 “體·德·智”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智育이나 德育보다는 體育을 먼저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 학생들의 생활에서 체육활동에 할당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사실입니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점이 일반적인 대학생들의 평균보다 한림학생들의 운동시간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xiv)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이러한 교육활동들은 캠퍼스에서만 가능한 것이며, 온라인강의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AI를 활용함으로써 단기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데에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겠습니다만,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요구되는 바람직한 ”인성“을 키우는 것과도 거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사립대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비교과과정의 매력 등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한림은 실질적인 전인 교육을 이런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심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의 장소로서 한림 캠퍼스가 활용되도록 할 것이며 이것이 캠퍼스라이프라는 이름 아래 한림 교육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5.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만 가는 ‘악조건’에서 한림의 선진 일류대학으로의 도약 가능성에 대하여?>: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격차가 모든 부문에서 더 크게 벌어지고 있으며, 교육부문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노력이 실효를 발휘하지 못하는 데에 연유한다고 봅니다. 지역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에 못지않게 그 불균형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현실 여건에서 “한림은 ‘선진 일류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무슨 祕策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제기될 것입니다. “벚 꽃 피는 순으로 지방의 대학이 사라지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세계에서 50위권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낮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가장 주목받아야 할 국가적 어젠더(agenda)가 정책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벚 꽃피는 순서’는 교육 시장이 국제적으로 개방되지 않아 폐쇄된 환경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표현일 뿐입니다. 앞으로는 실용성 없는 교육을 제공하는 경우, 벚 꽃피는 순서와 무관하게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입니다. 경쟁력과 관계없이 대학들이 존립하는 것은 오랜 기간 만연한 학벌사회의 병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국가의 선진화를 이루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교육의 국제경쟁력이 낮을수록, 학문적으로 국제사회와 더욱 멀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가 더욱 내부지향적이 되는 사회적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실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폐쇄된 시장에서 우리의 인재들이 자기들끼리만 경쟁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폐쇄된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니 더욱 크게 들리게 되고, 밖의 세상과는 유리된 일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부와 정치를 포함한 공공부문과 대외개방이 되지 않은 서비스 부문에, 국제경쟁력이 필수적인 산업부문에 비하여, 우리의 인재들이 더 몰리는 형국은 결코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비수도권 대학으로서 이런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대학 본연의 역할을 찾아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키움으로써 수도권대학에 못지않은 선호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매우 어려운 도전이지만 이를 회피해서는 가능한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매우 경직적이고 주입식이며 암기 위주의 교육이라는 취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국제경쟁력확보의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누구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도 현장에서는 강의실에서 개인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대량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혁신을 유발하지 못하는 점이 큰 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사립대학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정부의 규제가 강한 것도 사립대학 발전의 장애 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획일적인 규제 아래에서는, 국공립대학과는 달리, 사립대학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남과의 차별화를 실현하기 어려운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말할 나위 없이, 정부의 규제만 탓해서는 해결될 수가 없는 과제들이며, 헌신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사립대학 스스로 개혁하려는 아이디어와 의지를 갖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적 대학평가기관의 대학랭킹 평가와 국내입시에서의 대학선호도가 별로 상관관계를 갖지 못하는 기현상 아래에서, 지방에 소재하는 학교로서 우수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 형국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남과 차별화하려는 혁신만이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오랜 폐해를 일거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적 해법은 존재하지 않겠으나 변신하려는 과감한 노력만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고 믿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복수전공 필수화 및 융합전공의 도입 등은 선진교육과 견줄만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것이며, 이에 더하여 교과과정의 개편으로 보편적 지성인을 양성하려는 교양교육개혁과 AI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교육실천은 필히 한림교육의 국제경쟁력을 키울 것입니다.

 이처럼 대학 스스로 혁신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갖춰야 하겠지만, 동시에 지방정부의 적극적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지역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대학이란 본연의 소임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도시”를 만드는 것이 지역발전의 핵심이며 이러한 시도를 통하여 지역대학을 발전시켜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나가고자 합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취업기회를 보장해주는 장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한림대는 이런 시각에서 지방정부와 다각도로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도권대학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금은 지역화를 한림비전의 3대 기본 목표의 하나로 삼으면서,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방안의 모색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한림의 가족 여러분,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만, “위장된 기회”의 준말이라고도 합니다. 세상의 변화는 위기를 통해 일어납니다. 부끄러운 말입니다만, 위기가 오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며, 기득권에 안주하여 변혁에 소극적 성향이 강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가 기후변화를 도외시하고 자연을 훼손한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는데, 그 파편이 대학에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의 교육열은 높지만,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재원의 투자는 매우 낮은 상황에서, 코로나에 따른 경제악화는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무려 80%의 대학이 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립대학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더더욱 그 유례가 없습니다.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지적과 이제 이런 교육투자에 대한 거품(bubble)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대학진학률도 선진국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높은 교육열 하나로 나라를 발전시켜온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의 미래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선진국으로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선진국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과제를 대학이 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림은 이런 역경을 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평상시에 도전하지 못하는 개혁을 과감하게 시도하고자 합니다. 사색을 통한 창의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하면서 개혁해나가고자 합니다. AI의 시대가 다가오는데 국내 교육에서는 수학 과목을 포기하여 가장 기본적인 수리에 대한 이해조차 갖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국내대학에서는 최초로 AI를 통한 개별교육을 시도하여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은 갖추도록 하고자 합니다. 과거에 축적된 지식을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교육방법의 연장선상에서 획일적인 교과목을 배우는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길잡이가 되는 큰 질문(Big Questions of Life)’들에 대하여 사색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교과과정을 실천해나가고자 합니다. 비록 대면(Contact)에서 비대면(Untact)의 환경으로 변화하여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이 관례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관계가 요원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리적 거리가 늘어가는 현상을 기술의 도움으로 간격을 좁혀서 살아가는 여건이 될 것이며 이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한림교육 성공의 궁극적 잣대는 한림 교직원과 동문이 자기 자식을 보내고 싶은 학교로 사회적 평판을 쌓아 올렸는가의 여부라고 판단합니다. 공고하게 굳어진 비수도권에 대한 차별을 반드시 극복하면서 우리나라 지역에도 이런 명문대학이 있구나 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변신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다른 모든 조직과 같이, 학교도 공급자의 위치에 있는 학교운영자와 수요자의 위치에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만들어 갈 때, 발전이 효과적으로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어제 한 일을 오늘 반복하면서 내일 선진 일류대학이 될 수 있다는 어리석은 기대는 절대로 갖고 있지 않겠습니다. 한림교육은 매일 매일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나아갈 것입니다. 소외되거나 뒤처지는 학생들을 보살피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개인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사색과 창의를 앞세우는 교육을 실현하는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한림은 역사가 40년도 채 안 된 젊은 대학입니다. 넘치는 힘으로 더 큰 도약을 성취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 제가 총장으로서 한림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소상하게 밝힌 것은 여러분과 호흡을 함께 하기 위함입니다. 2020학년도 입학생들이 아직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아마도 2021학년도 신입생과 함께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모든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것으로 믿으며, 한림교육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씨앗을 뿌려야 수확하는 법이며, 단지 씨앗을 뿌리는 내가 수확하겠다는 조급함은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한림 가족 모두에게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특히 이런 장문의 서신을 바쁜 일상 속에서 긴 호흡과 굳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에게 존경의 뜻을 다시 한 번 표하면서, 한림 발전의 긴 장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0년 8월 31일

한림대학교 총장 김중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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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본 서신의 목적은 코로나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교수, 학생, 직원, 동문, 학부모 등 한림 가족과의 전반적인 소통 차원에서 한림의 과제를 요약 소개한 것임. 더욱 자세한 한림 교육개혁은 한림대 Home Page에서의 ‘한림교육 100년 大計’: 비전과 전략_제10대 총장 취임사 2020년 3월 4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학교육과 한림의 도전: 개교 38주년 기념사 2020년 5월 15일을 참조. 한림의 선진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혼신의 노력으로 헌신하는 본부 처장단에 감사드림.

ⅱ) Kristalina Georgieva, “Beyond the Crisis,” Managing Director, Finance & Development, IMF June 2020

ⅲ) Dirk Pilat, “How G20 countries are accelerating digital transformation during the COVID-19 crisis,” Directorate for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OECD, August 7, 2020 참조.

ⅳ) 지난 학기 “교내 Smart Campus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강의 실시에서 파악되었던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름방학기간 중 과거 시스템을 “신규 Smart LEAD LMS”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였으며, Interface 필요, Mobile app 활용, 교수 학생 간 쌍방향 소통 관련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함.

ⅴ) 현실적으로는 비용과 편익의 문제가 제기되므로, 보편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임. 제작비용을 누가 지불하고 혜택을 누가 보는가의 균형과 형평의 근본적 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모든 교육을 공공재로 분류하여 재정이 적절하게 부담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는 명품강의에 대한 수급균형이 유지되지 않을 위험성이 예상됨.

ⅵ) 온라인강의의 질적 수준에 관한 총체적인 지적에 더하여, 저소득계층이 불리한 교육환경에 처하게 됨으로써, ‘형평 적’ 측면에서 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교육 양극화가 더욱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시되고 있음. Debra Humphreys, “Colleges Must Attend to 3 Crucial Areas,” INSIDE HIGHER ED, August 17, 2020

ⅶ) 압도적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세계 100대 랭킹 대학의 60%를 차지하는 미국대학의 높은 위상이 바로 새로운 지식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중심대학 제도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음.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독일 Hitler의 억압 정책으로 우수한 유대인 인력의 미국으로의 유입이 미국대학 연구의 활성화를 가져온 것으로 유추되고 있음. Jonathan Cole, “The Triumph of America’s Research University,” The Atlantic, September 2016 참조

ⅷ) Michael Crow and William Dabars, “A New Model for the American Research University,” Issues in Science and Technology, Spring 2015

ⅸ) “캠퍼스가 없는 하버드대학의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New York Times 기사에서 대학캠퍼스 생활에서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한림대학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님을 알 수 있음. 일반적 문제라고 볼 수 있겠으나, 국내 어느 대학에 비해서 campus life를 중요하게 다루는 한림대학교이므로 이 문제를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임. “What’s the Value of Harvard Without a Campus?” New York Times, July 11, 2020. 참조.

x) Kevin Carey는 “The End of College: Creating the Future of Learning and the University of Everywhere, New York Riverhead Books, 2015”에서 전통적인 하이브리드 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의 조합이라는 일반적 의미가 아니라 교양과목, 강의, 연구, 필수, 선택 등을 포함한 다양한 조합의 교육을 의미)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음

xi) 세계의 유수대학은 대부분 명예헌장을 채택하여 학생들의 인격도야에 힘쓰고 있음. ‘한림비전 2030’을 수립하면서 인품함양과 도덕관 정립을 내용으로 하는 “Hallymer Honor Code”의 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진정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뚝 솟는 대학생으로서의 한림대학생상(翰林大學生像)을 모색하고자 함

xii) Malcolm Gladwell은 “Outliers: The Story of Success, 2008”에서 “일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하여 사회의 주목을 끈 바 있음. 끊임없는 ‘연습’만이 최고 권위의 자리를 보장한다는 주장이었으며, 물론 제아무리 노력하여도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갈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는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수긍이 가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음. 만일 한림의 학생이 주당 50시간, 매년 2,500시간을 캠퍼스에서 보낸다면, 4년 학업기간 일만 시간을 한림 캠퍼스에서 보내게 되는 것임에 유의하여,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한림의 특성화 사업으로 시도하게 되었음.

xiii) John Locke, “Some Thoughts Concerning Education,” London, 1693

xiv) 2017년도 한림 Census결과에 의하면, 80% 정도의 한림학생들이 일주일에 5시간 이내 운동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는 우려할만한 낮은 수치로서, 인트러뮤럴 스포츠를 더욱 광범위하고 활발하게 추진해야 할 사유가 된다고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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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림대학교 홈페이지 대학소개-총장-연설 및 기고 (https://www.hallym.ac.kr/hallym_univ/sub04/cP1/sCP2.html?action=read&nttId=16313714&pageIndex=1)